주말에 엄마 생신이 있어서 가족 모두 모여 식사했다.
이번엔 유난히 케이크에 초가 많아 보여 시간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.
저녁엔 다 같이 귤 까먹으면서 tv를 봤다. 나중에 되돌아보면 이런 시간은 따듯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.
12시까지 늘어지게 자거나, 내킬 때 컴퓨터를 켜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끝이 나고 월요일이 됐다.
블로그를 마음 편히 시간 날 때 하나씩 하려고 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말처럼 쉽지가 않다.
그래도 블로그를 시작한 후 아침에 조금씩 빨리 눈 뜨게 되고 그 덕에 아침 시간을 활용하게 된다.
화요일, 출근하는 길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더니 내 손에 가을이 들어왔다.
잡으려고 해도 잘 잡히지 않던데, 떨어지는 나뭇잎이 손 안으로 들어온 것이 신기해서 사진으로 남겼다.
코팅해두려고 했는데 퇴근하기 전 벌써 말라서 잘 될지 모르겠다.
점심에는 칼국수를 먹었다.
너무 진 빠지는 날은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한가득 장을 봐 온다.
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마이구미 포도 알맹이, 겉에 포도는 원래 마이구미처럼 쫀득쫀득한데 안에 알맹이가 식감이 약간 다르다. 나는 별로여서 딱히 리뷰할 마음이 없었는데 오며 가며 하나씩 먹어 본 엄마와 동생은 맛있다고 했다.
'언젠가 시작하면 좋겠다'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도 기회가 생겼을 땐 '지금은 아니야' 하면서 미루고 미루던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까닭은 얼마 전 내가 키우던 반려조가 별이 되었기 때문이다.
며칠은 일을 만들어하고, 며칠은 아무 것도 안 했다.
바쁜 틈에도 비집고 올라오는 눈물을 소매 끝으로 훔치다보면 결국엔 소리 내어 울게 되었다.
빈자리가 허전해서 더 많은 일을 계획하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지만 집에서 무엇이든 해야 했던 나는 그렇게 미루던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었다.
사실 나는 그리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쓸 때도, 쓰지 않을 때도 은근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그래도 한 개, 두 개 글이 쌓일 때마다 이 시간을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.
게으른 언니에게 모네가 마지막으로 준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해봐야겠다.
가닿지 못할 글이겠지만 생각난 김에 마지막 편지를 남겨본다.
모네에게
모네야, 언니는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
너는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? 내가 있는 곳을 항상 따라오던 너인데, 네가 가는 길엔 내가 없어서 너무 미안해
나에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너에겐 생에 대부분이었던 우리의 시간을 잊지 않고 잘 간직할게
어디에 있든 그곳에선 아름다운 날개깃 활짝 펴고 훨훨 날길 바라
아픔 없이 건강하게 행복만 있길 바라. 작고 소중한 우리 모네 안녕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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